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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경계를 허무는 작가, 최재은

by 역사 & 시사 2025. 4. 14.

최재은은 회화, 설치, 영상, 퍼포먼스를 넘나드는 다매체 기반 현대미술 작가로,
관객의 감각과 공간 인식, 신체성과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그녀의 작업은 단순히 시각적 체험을 넘어, 공간을 통과하고 몸을 감각하는 동시대의 예술 경험을 설계한다.
작품 속에서 회화는 벽을 넘어서고, 영상은 빛과 기억이 중첩되는 감정의 층위로 작용하며, 퍼포먼스는 작가와 관객 사이의 거리 자체를 재구성하는 장치가 된다.
이 글은 최재은 작가의 작업 세계를 장르 간 경계 해체, 감각의 재구성, 동시대성이라는 키워드로 조명한다.


회화에서 공간으로 – 평면을 넘는 감각적 해석

최재은의 회화는 단순한 시각 이미지에 그치지 않는다.
그녀는 전통적인 평면 회화의 경계를 넘어, 회화적 재료를 입체적이고 공간적인 요소로 확장시킨다.
물감과 캔버스는 그녀에게 있어 이미지 표현의 수단을 넘어, **질감, 흐름, 중첩, 투명함 등의 감각적 정보가 얽힌 장(field)**으로 작용한다.

특히 그녀는 자주 회화적 표면을 비틀거나, 바닥이나 천장으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전시 공간 전체를 회화의 일부로 만든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조형적 실험을 넘어, 관객의 몸이 ‘보는 존재’에서 ‘감각하는 존재’로 전환되도록 유도한다.

또한 그녀의 색채 사용은 감정과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무채색과 저채도의 레이어가 중첩되면서도 일정한 리듬을 형성하고,
그 위에 절제된 붓질은 마치 내면의 파동을 시각화한 듯한 인상을 준다.
그녀의 회화는 정적이면서도 움직임을 유발하며, 시간성과 감정의 흐름을 포착하는 평면 이상의 구조를 구성한다.


설치와 영상의 융합 – 비물질적 감각의 조각들

최재은의 작업에서 설치미술은 물성을 해체하고, 공간의 틀을 재조합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녀는 천, 철사, 종이, PVC, 조명, 영상 등 다양한 재료와 매체를 활용해 ‘보이는 것’과 ‘느껴지는 것’의 경계를 흐린다.
빛, 그림자, 바람, 소리와 같은 비물질적 요소를 재료처럼 다루는 감각 조각적 감성이 특징적이다.

예컨대 한 작품에서 그녀는 얇은 천을 천장에서 바닥까지 드리우고, 그 안에 프로젝션 맵핑된 영상을 겹쳐 투사함으로써
관객이 그 속을 걸으며 빛과 소리, 그림자를 통과하는 공간 속 경험형 회화를 제시한다.
이처럼 회화와 설치, 영상이 하나의 경험으로 통합되는 작업은 시각적 이미지에서 체험적 공간으로의 전환을 상징한다.

그녀는 공간을 단지 ‘보는 장소’가 아닌, ‘감각이 잠재된 장’으로 전환시키며, 관객의 위치와 인식을 끊임없이 재구성한다.
영상 역시 내러티브 중심이 아닌, 단편적 이미지, 반복적 움직임, 촉각적 빛과 그림자의 구조로 구성되어, 감각적 파편화의 경험을 유도한다.
이는 현대인의 주체성, 감정, 기억이 결합된 복합적인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퍼포먼스와 관계의 미학 – 감정과 몸의 언어화

최재은의 퍼포먼스 작업은 대개 몸, 공간, 시간 사이의 상호작용을 실험하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무용가, 관객, 공간 구조물과의 협업을 통해, 움직임을 매개로 감정과 기억을 시각화하는 새로운 언어를 탐색한다.
이는 일방향적 메시지 전달이 아닌, 관객 참여를 통해 완성되는 열린 구조로 구성된다.

어떤 작업에서는 작가 자신의 움직임이 작품의 일부가 되며,
관객은 그 움직임을 가까이서 지켜보거나 직접 따라하며, 작품과 신체적으로 연결된다.
이는 단순히 퍼포먼스를 보는 것 이상의, 작품 속을 ‘사는’ 체험을 유도한다.

그녀의 퍼포먼스는 물리적 신체를 넘어서, 심리적 긴장감, 감정의 흐름, 관계의 압력을 직조하는 감각적 드로잉처럼 기능한다.
관객은 하나의 장면이 아닌, 하나의 감정 속을 지나가는 주체로 전환되며,
그 속에서 “나와 타자”,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자각하고 다시 흐릿하게 만든다.

최재은의 예술은 단지 형식의 혼합이 아니라, 장르와 감각, 공간과 관계의 해체와 재조합을 통해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자체를 새로운 방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결론

최재은은 회화, 설치, 영상,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감각과 공간, 관계와 정체성의 경계를 허무는 현대미술 작가다.
그녀의 작품은 단순한 형식적 실험을 넘어서, 관객이 주체적으로 예술을 경험하고 재구성하게 만드는 열린 장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익숙한 공간, 언어, 감정의 질서를 다시 돌아보게 되고,
‘나’와 ‘타자’, ‘작품’과 ‘현실’ 사이에 숨어 있던 새로운 감각의 언어를 발견하게 된다.
지금, 최재은이라는 작가의 시선을 통해 당신의 감각을 흔드는 예술적 경험을 시작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