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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혈의 누』, 이인직의 사상, 비판적 독해의 필요성

by 역사 & 시사 2025. 4. 18.

**『혈의 누』(1906)**는 한국 최초 신소설이라는 칭호와 함께,
그 이야기를 풀어낸 **이인직(李人稙, 1862~1916)**은 한국 근대 문학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그의 작품 세계는 근대 서사 형식의 문을 열었고, 계몽주의 정신을 강하게 드러내며 문학사적으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일제강점기 초기의 친일 행위, 대한제국 말기 관료로서의 경력, 언론과 정치 활동을 통한 친일 옹호로 인해
오늘날 그의 문학적 업적과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복합적인 인물로 인식된다.
본고에서는 『혈의 누』가 가진 문학적 의미와 줄거리,
그리고 이인직이라는 인물의 문학관, 사상, 친일 논란을 다각도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인직 사진


『혈의 누』의 문학사적 의미 – 신소설의 시작과 서사 구조

『혈의 누』는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선,
한국 근대 문학사의 물줄기를 바꾼 획기적인 실험이었다.
이 소설은 당시 흔했던 고전 소설과는 달리, 새로운 시점, 생생한 말씨, 치밀한 이야기 전개 방식을 선보이며,
근대소설의 문을 활짝 연 선구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줄거리와 뼈대
병자호란으로 부모를 잃고 일본으로 흘러간 옥련이라는 소녀의 고난과 성장,
대한제국으로 돌아와 근대적인 여성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야기는 서구 소설의 전형적인 틀, 즉 시작-진행-위기-절정-마무리의 구성을 따른다.
근대적 시간과 공간의 인식
전통적인 한문 소설이나 야담에서 벗어나,
서울-일본-미국-조선이라는 국제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며,
주인공의 성장과 변화를 중심으로 한 개인의 서사를 담아내는 근대적인 이야기 전개의 시작을 알렸다.
구어체 문장과 표현 방식의 변화
『혈의 누』는 한문 중심의 고전 문어체에서 벗어나,
친숙한 구어체 문장을 사용하여
대중 독자층을 넓히고 신문 연재 소설 시대를 여는 데 기여했다.
근대적 주제 의식 – 깨우침과 애국심
『혈의 누』는 여성의 교육, 나라를 지키는 일의 중요성, 국제적인 시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당시 시대가 추구하던 근대적 이상과 교육의 가치를 앞세운 계몽주의 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처럼 『혈의 누』는 근대소설이라는 새로운 문학 형식을 한국 사회에 처음으로 선보인 역사적인 작품이다.


이인직의 사상과 친일 논란 – 문학과 정치 사이의 경계

이인직의 문학적 공로는 부정할 수 없지만,
친일 행위와 정치 참여는 문학사에서 엇갈린 평가를 불러일으킨다.
『혈의 누』는 한편으로는 개화와 근대화를 보여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제의 동화 정책과 제국주의적 관점을 은연중에 수용한 작품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인직의 친일 정치 행적
이인직은 대한제국에서 외교관과 관료로 일했으며, 이후 일제에 협력하여 중추원 찬의 등을 지냈다.
더불어 신문 『만세보』를 통해 일본의 근대화를 칭찬하고, 병합을 간접적으로 정당화하는 논조를 펼쳤다.
문학 속에 스며든 친일적 가치
『혈의 누』에는 일본 유학을 통해 ‘개화’와 ‘교육’을 강조하며,
일본을 이상적인 근대 모델로 제시하는 설정이 나타난다.
이는 식민주의적 세계관을 독자에게 자연스럽게 주입하는 문학적 기법으로 비판받는다.
문학과 사상은 분리될 수 있는가?
일부 평론가들은 이인직을 정치적으로 비판하더라도, 문학적 가치는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문학의 사상성과 윤리적 책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해조·최남선 등과의 비교
같은 신소설 작가였던 이해조는 민족적 저항 정신을 비교적 뚜렷하게 표현한 반면,
이인직은 권력 지향적이었으며, 식민 체제에 순응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계몽문학 내에서도 보수적인 성향을 띤다.
결국 이인직의 문학은 근대의 탄생과 식민의 어두운 그림자가 교차하는 복합적인 텍스트로 평가된다.


『혈의 누』의 오늘적 의미 – 비판적 독해의 필요성

2024년, 다시 펼쳐든 『혈의 누』는
단순히 옛 문학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문학이 어떻게 시대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권력과 이념의 영향을 받으며,
때로는 그들을 비추는 거울이 되는지를 배울 수 있다.

문학, 그 정치적 책무

『혈의 누』는 계몽주의 정신을 담아낸 작품인 동시에, 식민지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작품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문학이 단순히 예술 작품을 넘어,
사회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언어적 권력'임을 깨달아야 한다.

역사와 문학, 끊임없는 대화

『혈의 누』를 읽으며 학생들은 문학과 역사, 윤리, 그리고 미학이
어떻게 만나 충돌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탐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오늘날 쏟아지는 수많은 콘텐츠를 소비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우리 모두에게 필수적인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줄 것이다.

교육적 의미: 근대를 깊이 있게 읽어내기

『혈의 누』는 학교 교과서와 시험에서 자주 등장하지만,
더 이상 ‘최초의 신소설’이라는 칭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제는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고민, 그 속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사상들을
함께 읽어내는 입체적인 독해가 필요하다.
『혈의 누』는 단순한 소설 한 편이 아니라,
한국 근대 문학이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결론

이인직은 한국 신소설의 문을 열고 근대 문학의 첫 발을 내디딘 선구자입니다.

『혈의 누』는 문학사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작품이며,
근대적인 이야기 구조와 계몽주의적 메시지를 본격적으로 담아낸 것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친일 행적과 사상적인 한계로 인해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그를 단순하게 평가하기보다는,
문학과 역사, 그리고 작가와 작품을 함께 고려하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2024년에 『혈의 누』를 다시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그 시작을 기억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시작되었는가'에 대한 성찰을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