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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의 동양 평화론과 세계관, 현대적 의의

by 역사 & 시사 2025. 4. 17.

**안중근(安重根, 1879~1910)**은 하얼빈 의거로 널리 알려진 독립운동가이자 사상가로,
1909년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함으로써 일제의 침략 야욕에 항거한 항일의사이다.
그러나 그는 단지 ‘의거’의 주인공이 아니라,
옥중에서 저술한 『동양평화론(東洋平和論)』을 통해
국제정치 질서 속에서 조선의 자주와 동양 3국(한·중·일)의 공존을 모색한 평화 사상가였다.
이 글에서는 안중근이 제안한 동양 평화론의 핵심 내용과 배경,
그리고 그것이 갖는 현대적·국제정치적 의미를 분석해본다.

안중근 사진


동양 평화론의 핵심 사상 – 공존, 자주, 협력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은
그가 사형을 기다리는 옥중에서 집필한 사상적 유산으로,
하얼빈 의거의 철학적 토대이자 조선 독립운동의 정치적 비전을 담고 있다.

그 핵심 사상은 다음과 같다:

조선·중국·일본의 3국 공존
안중근은 3국이 서로 침략하지 않고 공존한다면, 동양 전체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공동 군사, 공동 경제, 공동 외교의 연합체 구성을 제안하였다.
일본의 침략주의 비판
동양 평화를 저해하는 핵심 세력은 이토 히로부미를 중심으로 한 일본 제국주의였으며,
안중근은 이토를 “동양 평화를 깨뜨린 원흉”이라 지목하고,
**그를 없애는 것이 동양 전체의 안정을 위한 ‘정의로운 처단’**이라 보았다.
서양 제국주의의 확장 견제
안중근은 유럽 열강의 아시아 침투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동양 3국이 자주권을 지키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국제주의적 시각을 제시하였다.
교육·문화 교류의 필요성
무력만이 아닌, 사상적·문화적 연대를 통해
동양인 간의 이해와 공감대를 구축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사상은 단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실제 국제 질서 속에서 동양의 독립과 평화를 구체화하려는 실천적 제안이었다.


국제정치 속 안중근의 시각 – 식민 저항을 넘은 세계관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은
단순한 반일 민족주의에 그치지 않고,
식민주의·제국주의를 뛰어넘는 동양 중심의 국제 질서 구축 구상이라는 점에서
당시로선 획기적인 세계관적 사상으로 평가받는다.

국제연합의 전초 구상
그는 “공동 군대와 공동 은행을 운영하자”는 발언을 통해
오늘날 UN 또는 EU 같은 국제기구의 사전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당시 어떤 독립운동가도 국가 간 연합체로 동양 평화를 실현하자는 구상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토 저격의 국제적 정당성 제시
안중근은 하얼빈 의거를 단순한 복수가 아닌, 국제법과 정의의 실현으로 간주했다.
그는 “침략자는 평화를 해치는 범죄자이며, 이를 응징하는 자는 정의로운 자”라 주장하였다.
이는 국제 정치학적으로도 **정의의 전쟁론(Just War Theory)**과 맥을 같이 한다.
서양 중심 세계 질서에 대한 비판
그는 동양 3국의 분열이 결국 서양의 침탈을 불러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피지배 국가들이 연대하지 않으면 평화는 오지 않는다”는 자각을 선제적으로 표현하였다.
이는 이후 비동맹운동이나 탈식민주의 논리의 선구적 형태로 평가된다.
자주적 근대화의 시도
안중근은 단순히 외세를 배격하는 것이 아니라,
근대화의 길을 동양 내부의 연대로 이루자고 제안하였다.
이는 배타적 민족주의가 아닌 통합적 국제주의의 시선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유 구조는 당시 조선은 물론,
동양 전체에서 보기 드문 실용적이고 진보적인 국제정치 철학이다.


역사적 평가와 현대적 의의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은
단순한 항일 무력투쟁의 철학적 배경을 넘어,
현대 동북아 국제 질서와 평화 구축에 대한 꿰뚫음까지 포함된 사상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민족주의를 뛰어넘은 국제주의자
안중근은 조선의 독립만을 원한 것이 아니라,
동양 전체의 자율과 평화를 위해 행동한 국제주의자였다.
비폭력과 정의의 경계에서의 철학가
그는 무력투쟁을 했지만,
그 안에는 폭력의 목적이 아닌 평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윤리적 정당성이 내재되어 있다.
국제법과 동양 윤리의 조화 시도
전통 유학 사상과 근대 국제법적 정의론을
사상적으로 연결한 최초의 실천가로서
그의 철학은 ‘정의로운 국제 질서’에 대한 동양적 해석을 제시했다.
21세기 평화 담론의 자산
한·중·일 갈등이 심화되는 오늘날,
안중근의 사상은 ‘갈등에서 협력으로’ 나아가는 대화의 실마리로 기능할 수 있다.
단지 역사적 인물이 아닌, 미래를 위한 사상 자원으로도 유효하다.


결론

안중근의 동양 평화론은 하얼빈 의거를 넘어선 철학적 선언이자,
동아시아 국제 질서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려 한 사상적 기획
이었다.
그는 침략에 맞서 싸운 독립운동가이면서,
조선의 독립과 동양 3국의 공존을 꿈꾼 국제주의자였다.
오늘날 우리는 그를 단지 ‘이토를 죽인 영웅’이 아니라,
평화를 위한 폭력, 정의로운 실천의 사상가로 다시 읽어야 한다.
안중근의 이름은, 시대를 넘어 지금도 묻는다.
정의란 무엇인가? 평화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