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한용운의 각성, 수감생활, 문학

by 스페이스2000 2025. 4. 14.

**한용운(1879~1944)**은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불교와 문학, 독립운동을 동시에 수행한 유일무이한 인물이다.
‘만해(萬海)’라는 법명으로 활동한 그는 3·1운동의 민족대표, 『님의 침묵』의 저자, 불교 개혁가이자 민족정신의 상징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지점마다 등장한다.
이 글은 한용운의 승려이자 시인이며 혁명가로서의 다층적 삶을 조명하며, 그가 일제에 맞서 보여준 정신적 저항의 깊이를 재조명한다.


불교 승려로서의 각성 – 민족과 자주성의 통합

한용운은 1905년 출가하여 설악산 오세암 등에서 수도한 뒤, 일본에서 불교학을 수학하면서 조선 불교의 식민화 위기를 체감한다.
일제는 조선 불교를 국가 종교가 아닌 일본 불교의 하위 분파로 통합하려 했고, 승려를 세속화하며 사찰을 행정기관화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이에 한용운은 귀국 후 **“불교는 민족의 정신이며, 자주성과 독립성 없이는 불교도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조선불교유신론》(1913)을 발표했다.
이 책에서 그는 불교의 교리를 사회적, 민족적 현실에 맞게 해석하고,
자기 혁신과 사회 참여를 강조하는 근대적 불교관을 제시했다.

또한 그는 일본식 포교 방식에 반대하며 승려의 독신주의와 비폭력 평화 사상을 통한 정신 혁명을 강조했다.
이러한 철학은 훗날 3·1운동 참여와 『님의 침묵』 집필에도 영향을 끼친 근본정신이 되었다.

불교는 한용운에게 있어 단순한 종교가 아니라,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고, 일제의 동화정책에 맞서 싸우는 정신적 방패였다.


민족대표와 수감 생활 – 행동하는 지식인의 상징

1919년 3월 1일, 한용운은 3·1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으로 경성에서 체포되어 2년간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된다.
이 시기는 단순한 수감이 아니라, ‘육체적 구속 속의 정신적 해방’이라는 철학적 각성이 강화되는 전환점이었다.

감옥 안에서도 그는 불경을 수련하며 동지들과의 교류를 지속했고,
민족의 미래를 위해 비폭력적 저항과 언어를 통한 정신적 투쟁을 지속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러한 경험은 그의 문학작품 특히 시집 『님의 침묵』(1926)에 그대로 반영된다.

『님의 침묵』에서 ‘님’은 단순한 연인의 부재가 아닌,
조국, 진리, 불성(佛性)을 아우르는 상징적 존재로,
그는 이 부재의 고통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되묻고,
언어를 통해 일제의 침묵 강요에 저항하려 한다.

한용운은 단지 서명한 정치인이 아니라,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 투옥과 시 창작을 병행한 입체적 독립운동가였다.
그는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을 몸소 실천한 존재였다.


문학과 정신 저항 – ‘님의 침묵’과 자유의 미학

1926년에 출간된 시집 『님의 침묵』은 한용운의 독립운동 철학과 불교적 사유가 결합된 한국 근대시의 대표작이다.
총 88편의 시는 사랑, 자유, 존재, 부재, 고독, 조국 등의 주제를 담고 있으며,
형식적 파격보다는 심리적 응축과 상징성, 반복적 언어구조로 강한 울림을 주는 시적 장치를 지닌다.

그는 이 시집을 통해 단순한 정치적 구호가 아닌,
존재론적 사랑과 자유에 대한 내면의 질문을 통해, 일제의 억압에 맞서는 비가시적 저항을 실천한다.

대표작 「님의 침묵」에서 보듯,

“나는 님을 잃고서야 님을 얻었노라”
라는 구절은 조국을 잃고 진정한 조국의 의미를 깨닫는
‘상실을 통한 각성’이라는 만해의 독특한 정신세계를 드러낸다.

그의 시는 단지 예술이 아니라,
자유를 향한 인간 정신의 절규이자,
침묵 속에서 더욱 강력해지는 내면의 목소리였다.

오늘날까지도 『님의 침묵』은 수많은 세대에 읽히며,
한국 문학사에서 저항과 사랑, 종교와 문학이 만나는 지점으로 평가된다.


결론

한용운은 일제에 맞선 승려이자 시인이며, 동시에 행동하는 철학자였다.
그의 삶은 종교, 문학, 정치의 경계를 넘나들며,
정신적 저항과 내면적 자유의 가치를 설파한 독립운동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우리는 그를 단지 ‘님의 침묵’의 시인으로 기억할 것이 아니라,
자유의 언어로 싸운 철인(哲人)이자 정신의 전사로 재조명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다시 한용운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진정한 저항은 조용하지만 강하며, 침묵 속에서도 외칠 수 있다는 그의 가르침에 있다.